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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건담 지쿠악스를 재미있게 보고 건프라를 좀 조립했다. 살다살다 구하고 싶은 프라 때문에 건담베이스 오픈런도 하고, 역습의 샤아도 봐서 '라라아 슨은 나의 어머니가 되어 줄 여성이었다' 가 뭔 소리인지도 알게 됨 (뭔 소리인지는 알았지만 대머리영감 미치셨어요?싶었음). 건프라 조립하다보니까 옛날 생각이 좀 났다. 때는 1999년 한국판 뉴타입이 창간되던 해... 나는 사실 뉴타입이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오타쿠 잡지라길래 너무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고, 창간호였는지 창간호 다음호였는지의 부록으로 건프라 가이드북같은게 나왔다. 우리집은 문구점을 했기 때문에 나는 프라모델도 익숙했고(그때는 '조립식' 이라고 했다.) 로봇도 좋아하고 아카데미 키트 몇개정도는 만들어봤기 때문에 당연히 건프라에도 흥미가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갖고싶었던 키트가 바로 PG 퍼스트 건담이었는데... 여튼 이제는 다 큰 어른이 되어 신나게 건프라도 조립하고 집에 장식도 해도 되고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뭐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엄마 생각이 난 거다. 우리 엄마는 신기하게 내가 취미생활 하는거에 큰 편견이 없었는데, 만화를 봐도 그냥 둬 게임을 해도 적당히 해라 정도만 하지 하지 말라고는 안 해, 만화를 그려도 뭐라고 안 해, 코스프레 하고싶으면 엄마가 옷 만들어줄테니 해도 된다 등등 좀 이상한 스탠스를 갖고 있었다. 공부하라고 그렇게 잔소리하는 것만 빼면 오타쿠친구들이 꿈에 그리는 엄마일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조금 나이 먹고 건프라 만들고 싶다고 해도 뭐 다 커서 그런거 하냐는 말도 안 했다. 실제로 엄마 있을 때 집에 건프라를 산 적은 없는데, 어쨌든, 들고 왔어도 크게 뭐라고 안 했을 듯. 내가 집에 만화책으로 탑 쌓아도 이상한 것만 아니면 뭐라고 안 했으니까. 오히려 엄마가 더 훈수 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좀 했다. 건프라 조립할때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어쨌든, 입덕부정기(?)를 거쳐 결국엔 받아들인 사실은 나 건담 좋아하는구나.... 임 이제 봐서 다행이다 더 어릴 때 봤으면 지금처럼 에붸붸 하면서 보지 않고 더 진지하게 봤을 것 같아서 ㅋㅋ 사회적 체면을 차릴 수 있어 매우 다행이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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