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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9일일단 뭐든 씁니다 2020. 6. 10. 02:11
1. 최근 몇년간은 5월이 되면 반팔을 꺼내 입고 출근을 했다. 나에게 반팔 교체 시즌은 반팔 상의를 입고 출근을 해야만 출근길에 내가 죽거나 남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를 말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추워서 이번주에 처음으로 반팔 입고 출근을 했다. 오늘은 화요일이고 반팔 입고 출근한 지 이틀째 날인데, 벌써부터 너무 덥다. 아무리 그래도 더운 것도 이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는 게 어딨는지.... 다행히도 아직은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밤공기가 차고 사람 잡는 열대야만 아니면 그럭저럭 버틸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너무 싫고요, 녹지와 자연의 소중함을 이런 식으로 깨닫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 뭡니까.
2. 여튼 오늘은 모종의 물물교환을 이행하기 위해서 우래옥에 갔다. 어쩌다 한 번 남에게 밥 살 일 있을때 우래옥 본점에 한 번씩 가는데 실은 매번 입장 대기를 한 적도 없고 손님도 듬성듬성 있을 때만 가서 쾌적하게 밥을 먹었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여름 냉면시즌에 우래옥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겪은 쾌적한 환경이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이제 겨우 더워지기 시작했는데 그 더위가 강렬해서 그런지 다들 냉면을 먹으러 와서 아주 잠깐 입장 대기를 해야만 했다. 동행해 주신 분이 점심때도 대기가 대단하다고 살짝 이야기해주셨는데 전해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경기도민에게 줄 서는 것은 버스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입니다. 추워지기 전까지 우래옥은 좀 피해야겠군...
3. 강남 우래옥에서 몇년전에 처음 평양냉면을 먹었는데, 그 때 나의 감상은 "아 제사 때 먹는 탕국을 차갑게 만든 것 같구나" 였음. 그리고 사람들이 '평양냉면이 슴슴하다' 라고 하는 것이 안 짜서 '심심' 하다는 게 아니라 '새콤달콤하고 자극적인 분식집 냉면 맛이 아닌 것' 을 슴슴하다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음. 국물은 충분히 간도 되어 있었고 아아 이것은 고기로 낸 육수입니다~ 라는 것을 웅변하듯이 고기 맛이 강하게 났다. 여태껏 우래옥보다 고기 국물 향이 더 나는 냉면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 확실히 이 국물이 내 취향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맛이 없거나 또 싫은 맛은 아니라 자꾸 생각이 난다는 게 우래옥 냉면의 웃긴 점인 것이다. 다만 나는 고기국물에 대해서는 열의와 진정성이 부족한 사람이나 반드시 적당량의 겨자를 넣어서 나를 두들겨 패는 고기 맛을 좀 잠재워야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
엄마가 제사때마다 끓이는 탕국은 너무 제사음식의 본질에 충실한 나머지 간도 밍밍하고 어떤 때는 너무 맛이 없기도 했는데 그나마 고추가루를 좀 타면 밥이라도 말아먹을 만 했다. 단순히 내가 기름진 국물을 싫어해서 그런건지 엄마가 실은 고기요리에 영 재능이 없었던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평양냉면을 먹을 때 마다 그 밋밋한 탕국 생각이 가끔 난다. 제사나 명절 때나 소고기 구경을 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고 집에 입수된 고기가 좀 좋은 고기면 그나마 탕국이 맛있었고 그게 아니면 시원찮은 맛이었던 기억이 난다. 명절에 음복 하면서 엄마 기분이 좋으면 국물에 고추가루 타먹어도 되고 기분이 드러우면 고추가루 타먹고 싶다 해도 그러는거 아니라고 잔소리 1절 2절 3절 들어야 했었는데, 삼촌이 고추가루 달라고 하면 군소리없이 엄마가 항상 줬던 게 생각나기도 하고. 그런 생각 하면 좀 짜증나기도 하고. 이런저런 옛날 생각 하다 보면 결론이 어디로 튀냐면 아 뻐킹 유교랜드 제사는 다 없애버리자 죽은 조상 밥 챙겨줘서 뭐 하게 ----- 가 되어버리는 것.
4. 여튼 냉면은 맛있고 평양냉면도 훌륭하지만 가끔은 새콤달콤 후식냉면도 땡기고 비빔냉면도 맛있고 그런 것이다. 그치만 너무 매운 냉면은 싫어요. 한국인들아 매운맛 집착을 그만해줘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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